[인더스트리뉴스 전문가 칼럼=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보배반점이 최근 유튜브 애니메이션 ‘빵빵이의 일상’과 협업해 한정 메뉴와 굿즈를 선보였다. 짜계치와 마계치, 짬뽕치즈볼 같은 메뉴에 캐릭터를 결합하고, 면빨밴드와 펀치볼, 커플잔이 포함된 주류 세트까지 내놨다.
겉으로 보면 흔한 캐릭터 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외식업의 시각에서 보면 조금 다르다. 이 협업은 단순히 캐릭터 이미지를 메뉴에 얹은 것이 아니라 음식과 굿즈, 한정판을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묶었다.
외식업이 ‘맛을 파는 사업’에서 ‘방문할 이유를 만드는 사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음식이 아니라 팬덤이 고객을 데려온다
과거 외식 브랜드는 신메뉴를 만들고 광고를 했다. 고객에게 맛과 가격을 알리고 매장 방문을 기다렸다.
IP 협업은 순서가 다르다. 이미 팬덤을 가진 콘텐츠를 브랜드 안으로 끌어온다.
캐릭터 팬은 평소 그 음식점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굿즈와 한정 메뉴를 위해 매장을 찾을 수 있다.
음식이 고객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고객을 데려오는 셈이다.
이를 ‘팬덤의 외식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외식 브랜드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팬덤과 접점을 만드는 편이 훨씬 강력할 수 있다.
외식의 굿즈화가 시작됐다
외식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먹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이다.
짜장면도, 치킨도, 커피도 소비와 동시에 없어진다.
하지만 굿즈는 남는다.
한정 컵이나 캐릭터 상품, 포토카드 같은 물건은 식사가 끝난 뒤에도 고객의 집과 SNS에 남는다. 한 번의 외식이 소장 가능한 콘텐츠로 바뀌는 셈이다.
이것을 ‘외식의 굿즈화’라고 할 수 있다.
굿즈가 중요한 이유는 객단가를 올리기 때문만이 아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지닌 채 집으로 돌아가게 만든다는 데 있다.
여기에 한정성까지 결합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기간과 수량을 제한하면 고객에게 ‘지금 가야 할 이유’가 생긴다. 외식업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메뉴는 바로 '방문 이유'다.
협업의 진짜 성패는 그다음에 갈린다
물론 캐릭터가 유명하다고 매출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IP는 고객을 매장 앞까지 데려올 수 있지만 재방문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협업에서 더 중요한 숫자는 행사 기간 매출만이 아니다. 협업을 통해 처음 방문한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그중 몇 명이 다시 오는지, 일반 메뉴 구매로 얼마나 전환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팬덤을 데려오는 것이 1단계라면 팬을 브랜드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2단계다.
이 과정이 없다면 협업은 이벤트로 끝난다. 반대로 신규 고객이 남는다면 IP 협업은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 획득 전략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작은 브랜드도 가능하다
이 전략은 대형 프랜차이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역 작가, 로컬 캐릭터, 스포츠팀, 크리에이터도 훌륭한 IP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지명도가 아니라 브랜드와 팬덤의 궁합이다.
동네 카페가 지역 작가와 한정 컵을 만들 수도 있고, 치킨집이 지역 스포츠팀과 경기일 메뉴를 기획할 수도 있다.
결국 외식업의 경쟁은 맛에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강한 브랜드는 음식을 잘 만드는 동시에 사람들이 그 음식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브랜드다.
보배반점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메뉴를 파는 데서 끝나지 않고, 팬덤을 부르고, 굿즈를 남기고, 다시 방문할 이유를 만든다.
외식업의 다음 경쟁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누가 더 많은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내느냐. 그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프로필
신사업 개발 및 프랜차이즈 컨설팅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구축해 '창업전도사'로 통한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KFCEO과정, 프랜차이즈 사관학교, 잇플외식경영 주임교수 등 활동반경이 넓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교육분과장과 한국외식산업협회 대외교육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저서는 <CEO의 탄생>을 비롯해 <내 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