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본 게임은 이제부터”…한국, 장애인AG 설레는 첫발
휠체어농구, 9년 만에 일본 격파…배드민턴 유수영 “최강 타이틀 탈환할 것”
한바탕 가을비를 쏟아낸 뒤 맑게 갠 첸탄강 공기 속에 5년을 기다린 축제의 기운이 싱그럽다. 지난 8일 폐막한 항저우아시안게임 마스코트였던 ‘스마트한 세쌍둥이’가 물러난 도시에는 기쁨을 전하는 새 ‘페이페이’(Feifei·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마스코트)가 찾아왔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이 22일 막을 여는 가운데, 한국 선수단도 설렘 가득한 첫걸음을 옮겼다.
채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3연승을 적립하며 먼저 파란을 예보한 것은 남자 휠체어농구대표팀이다. 고광엽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B조 조별리그에서 대만(19일·67-21), 일본(20일·52-38), 말레이시아(21일·63-29)를 연파하고 조 선두에 올라섰다. 대만과 말레이시아를 2∼3배 점수 차로 따돌린 압도적인 기량도 빼어났지만 2014년 이후 9년 만에 일궈낸 한일전 승리가 특히 눈부셨다.
“승리는 25%의 실력과 75%의 팀워크에서 나온다”는 좌우명을 가진 고광엽호의 코트 장악력은 탄탄하고 조직적인 수비에서 비롯된다. 이번 대회 10개 팀 중 가장 낮은 경기당 실점(29.3점)을 기록 중이다. 선수들은 지난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출범한 장애인스포츠리그인 KWBL 실업리그와 유럽 리그 등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왔다.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 뒤 두 번째 아시아 정상을 꿈꾼다.
14명의 선수가 출전한 장애인 배드민턴도 예열을 마쳤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기초종목육성사업을 통해 발굴되고 성장한 간판 유수영(20·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20∼21일 남자 단식 WH2 예선 2연승을 달렸다. 21일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예선은 재미가 없다. 어서 본선 시작했으면 좋겠다”라며 “한국의 최강 타이틀이 최근 아슬아슬해졌는데 다시 가져오겠다”고 패기 넘치는 소감을 전했다.
‘잔디 위의 컬링’이라고 불리는 론볼과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구기 종목 보치아 경기장에서도 21일 연달아 승전고가 울렸다. 1968년생 론볼 국가대표 이미정(55·경기도장애인론볼연맹)은 이날 인도의 데비 니르말라와 예선 경기 승리(21-3) 뒤 “남편(론볼 선수 심정식) 덕에 론볼을 시작했는데, 그는 아시안게임을 못 와봤다. 남편 몫까지 열심히 해서 금메달 따겠다”라며 웃었다.
22일 밤 개막식과 함께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장애인아시안게임은 28일까지 이어진다. 한국은 전체 22개 중 21개 종목에 345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개막 전날 성화 봉송 주자로 항저우 도심 도로의 50여m를 책임진 김진혁 선수단장은 “처음 이천선수촌에서 선수들 만났을 때 얼굴이 너무 밝았다. 이런 게 스포츠의 힘 같다.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사는 선수들을 보며 에너지를 받았다”라며 응원을 당부했다.